April 13, 2016

와인이라 불리우는 "예술",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 

와인 페어링(Wine Pairing)이 없는 파인 다이닝–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와인 페어링은 레스토랑의 좋은 수입원이자 식재료만으로는 낼 수 없는 맛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맛을 구현해내며, 기존의 맛을 극대화할 수 있는 증폭제이다. 예전과 비교해, 요즘은 누구든 손쉽게 와인을 구할 수 있어 와인마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와인은 어느덧 친숙한 주류로 자리매김하였다.

와인 공부를 한번 시작하게 되면 품종부터 지역 및 와이너리의 특징 그리고 페어링까지 모두 배워가게 된다. 
와인 라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산지, 포도종, 빈티지 등이 적혀있어 와인의 특징과 상세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 라벨은 위에 기재한 것과 같은 단순한 정보만을 알려주지만, 일부 와인 라벨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담겨있다는 사실! 

프랑스 5대 와인 중 하나인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는 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와인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며 더 나아가서는 브랜드 가치 상승을 통해 최고급 '와인 브랜딩'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번 컬럼에서는 '예술 협업(Artistic Collaboration)'의 성공 사례로 로쉴드 와인 라벨에 대해 얘기해보며 협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색조는 짙은 가넷(garnet·석류석). 오래된 와인의 숙성을 나타내는
오렌지 빛은 아직 테두리에 보이지 않아요… 그러나 제일 먼저
아로마로써 습해오는 것은 카시스 등의 검은 과실의 폭발…
이러한 맛과 향으로 볼 때, 포도의 품종은 특상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한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죠…

이 와인을 비유한다면 한 장의 명화..
해질녘 하늘에 끝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서 신의 목소리를 느끼고는,

조용히 머리를 숙이는 농부 부부를 그린 그 그림은… ‘만종’.”
 

- 와인의 세계를 소재로 한 베스트셀러 <신의 물방울>(원제 ‘神の滴’)이란 만화 속 인물이
‘샤토 무통 로쉴드 1982년'을 음미하며 읊조리는 대목

 

 

 

(위) 샤토 무통 로쉴드 와인 시리즈 

2015년 1월, 글로벌 경매 회사 소더비(Sotheby's)의 홍콩 하우스에서 진행된 경매 행사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빈티지 1945년부터 2012년까지 총 66병의 와인 콜렉션이 무려 48억, 병당 평균 7천2백만원으로 전세계 와인 경매가 중 최고가로 낙찰된 것이다. 경이로울 정도로 고가의 이 와인은 바로 "예술"이라 불리우는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 로쉴드는  프랑스에 다섯 개 밖에 없는 보르도 지역 최상급(Premier Grand Cru Classe) 중 하나로 1853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오랜 전통과 최적의 와인 생산 떼루와로 인해 풍부한 향과 타닌 그리고 적당량의 산도가 있는 고급중에 최고급 와인으로 취급된다.

(위)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항구 도시 보르도에 위치한 샤토 와인 농장. 무려 14세기부터 소유된 농장이다.

 

 

이와 같이 로쉴드가 최고급 와인으로 인정받는데에는 맛과 품질을 더불어 '라벨링(Labeling)'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자 평화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처칠 수상의 승리의 브이(V)자를 활용한 필립 줄리앙의 작품을 시작으로, 해마다 살바도르 달리(1958년), 호안 미로(1969년), 마르크 샤갈(1970년), 바실리 칸딘스키(1971년), 파블로 피카소(1973년), 앤디 워홀(1975년), 키스 해링(1988년) 등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세계 유명 예술가들이 로쉴드 와인 라벨 작업에 참여하였다. 이 덕에 로쉴드는 점점 유명세를 더해갔고 명성을 얻게 된 로쉴드 라벨링은 화가들 사이에서 가장 매혹적인 캔버스로 취급되었다. '우아한 거래'라 불리며 화가들은 작업의 대가로 돈 대신 와인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피카소가 숨을 거두던 해인 1973년에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피카소의 작품을 라벨에 실음으로써 단순히 와인을 위한 예술이 아닌, "예술을 위한 와인"이란 타이틀까지 붙혀지게 되었다. 

(왼쪽 슬라이드) 1945년부터 2013년까지의 와인 라벨  (클릭)

수많은 라벨 콜렉션에서 한 가지 자랑스럽고도 놀라운 사실은 2013년 와인 라벨 디자이너로 한국인 이우환(Ufan Lee) 작가가 선정 됐다는 것이다.

예술가이자 철학가이기도 한 그는 여러 함축적 의미를 미니멀한 디자인 안에 담으려 노력하였다. 넓은 붓으로 한 획을 쭈욱 그은 것 같아 보이는 이 작품은, 그의 ‘Correspondence(조응)’ 시리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검은색 대신 와인색을 사용해 오크통 안에서 와인이 숙성되며 풍미가 풍성해지는 과정을 표현했다. 와인 라벨링은 어느새 로쉴드의 역사깊은 전통이 되어 협업 아티스트가 매번 큰 주목을 받는 만큼, 이우환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은 한국 예술계- 더 나아가서는 와인이 친숙하지 않을 수 있는 일반 대중에게 로쉴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필자가 이번에 이 주제를 정한 것에도 이우환 작가의 공이 컸으니 말이다.

이렇듯 최근에는 많은 레스토랑이나 기업들이 예술을 접목한 문화마케팅 전략을 경영철학의 기본 원칙으로 삼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차별화하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음식은 단순히 생존 수단으로서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닌, 대중의 가치관 변화에 따라 스토리텔링이라던지 예술을 접목해 감수성을 자극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로쉴드는 마치 이러한 현상을 예견이나 한 듯 문화마케팅을 일찍이 적용해 예술과의 협업 추진을 통해 효과적인 방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켰고, 의도치 않게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보게 되었다. 1981년에는 세계 곳곳의 박물관에서 "와인 라벨로 보는 명화"라는 제목으로 로쉴드 와인 컬렉션을 전시하는 전시회가 개최되기도 했고, 이우환 작가의 예처럼 매해 어떤 아티스트가 올해의 라벨 디자이너로 선정이 될까에 전세계가 주목하게 됐다. 이와 같이 유형의 상품적 가치만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고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 있지만, 정서적 교감을 통해서는 무형의 감성적 가치나 추억을 함께 전달해야 차별화 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게 흥미로운 포인트이다.

와인병 하나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감동을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예술'이 담겨있고, 예술은 오랜 역사를 담고 있다.
알면 알수록 더 매력 넘치는 명품 와인 ‘샤토 무통 로쉴드’. 필자 역시 죽기 전에 단 한 방울만이라도 맛보는 것이 소원이다.
누구보다 맛있게 마실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Kana Food Story" writes interesting food and art stories from Kana Culinary team.
<카나 푸드 스토리>는 카나 요리팀이 전하는 신비로운 '요리∙예술' 이야기입니다. 

Writer: Yujoon Jang ㅣ 장유준
Editor-in-chief: Yein Kwak ㅣ 곽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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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ANA